- 가을에 시작한 걷기가 끊기는 지점은 대개 첫 추위가 오는 11월입니다.
- 목표를 걸음 수가 아니라 나가는 시각으로 잡으면 날씨의 영향이 줄어듭니다.
- 주 5회 30분보다 주 3회 40분이 오래 갑니다. 실패 여지를 줄이는 쪽이 이깁니다.
9월이 되면 걷기를 시작하는 분이 늘어납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해도 적당히 길고, 몸도 가볍습니다. 시작하기에 이보다 좋은 계절은 없습니다.
그런데 11월 중순쯤 되면 대부분 사라집니다. 이유를 물으면 답이 비슷합니다. 추워져서, 어두워져서, 바빠서.
저는 이걸 의지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처음 설계를 9월 날씨에 맞춰놓았기 때문에 날씨가 바뀌면 무너지는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11월을 염두에 두고 짜면 됩니다.


목표를 걸음 수로 잡으면 날씨에 진다
하루 1만 보는 좋은 목표처럼 보이지만 약점이 있습니다. 달성 여부가 그날의 조건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입니다. 비가 오면 못 채우고, 야근하면 못 채웁니다. 못 채운 날이 쌓이면 목표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대신 나가는 시각을 목표로 잡아보세요. 저녁 7시에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 것, 여기까지가 목표입니다. 그날 컨디션이 나쁘면 10분만 걷고 돌아와도 성공으로 칩니다.
이게 왜 유효한가. 습관은 행동의 크기가 아니라 반복의 빈도로 자리 잡습니다. 10분짜리 성공 스무 번이 40분짜리 성공 다섯 번보다 습관을 만드는 데는 유리합니다.

주 5회로 시작하면 실패가 예약됩니다
많은 분이 첫 주에 의욕적으로 주 5~6회를 잡습니다. 첫 주는 됩니다. 둘째 주에 하루 빠지고, 셋째 주에 이틀 빠지고, 넷째 주에는 계획 자체를 잊습니다.
실제로 계산해보면 주 3회를 12주간 유지하면 36회입니다. 주 5회로 시작해 3주 만에 그만두면 15회입니다. 총량으로도 전자가 두 배 이상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주 3~4회로 잡고, 여기에 여유일을 명시적으로 넣으시길 권합니다. 못 나간 날을 실패가 아니라 계획의 일부로 만드는 겁니다. 규칙은 하나면 됩니다. 이틀 연속으로는 쉬지 않는다.
추위가 오기 전에 겨울 경로를 만들어두세요
11월에 그만두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밖이 춥고 어둡다는 것입니다. 이건 예측 가능한 변화니까 지금 대비하면 됩니다.
실내 대체 경로를 하나 정해두세요. 아파트 계단, 지하 주차장 통로, 대형마트, 지하상가, 실내 체육관 트랙 등입니다. 중요한 건 추워진 뒤에 찾는 게 아니라 지금 한 번 걸어보고 실제로 쓸 만한지 확인해두는 것입니다.
시간대도 미리 옮겨보시길 권합니다. 9월에 저녁 7시는 아직 밝지만 11월에는 캄캄합니다. 저녁 걷기를 계속할 생각이라면 지금부터 밝은 색 옷과 반사 소재를 챙기고, 가로등이 있는 경로로 옮겨두는 게 좋습니다. 아니면 아예 점심시간이나 퇴근길로 옮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강도는 이렇게 잡습니다
걷기가 운동이 되려면 어느 정도 숨이 차야 합니다. 기준을 하나 드리면, 옆 사람과 대화는 되지만 노래를 부르기는 어려운 정도입니다. 이걸 중강도라고 부릅니다.
세계보건기구와 국내 신체활동 지침은 성인에게 주당 중강도 유산소 150분 이상을 권합니다. 주 3회라면 한 번에 50분, 주 5회라면 30분입니다. 여기에 근력 운동을 주 2회 더하면 권고 사항을 채웁니다.
속도로 환산하면 대략 시속 5~6km입니다. 산책보다는 빠르고 뛰기 직전 정도입니다. 처음부터 이 속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면 5분 빠르게, 3분 보통으로 번갈아 걷는 방식으로 시작해보세요.
무릎이 아픈 분은 평지와 흙길을 고르고 내리막이 긴 경로는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내리막은 무릎에 실리는 부담이 평지보다 큽니다.

기록은 단순할수록 오래 갑니다
앱은 편리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걸음 수, 거리, 칼로리, 심박수를 다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앱을 열기가 귀찮아집니다.
제가 권하는 건 벽에 붙인 달력에 동그라미 하나입니다. 나갔으면 동그라미, 안 나갔으면 빈칸. 그게 전부입니다. 한 달이 지나면 동그라미가 몇 개인지 눈으로 보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연속성이 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동그라미가 다섯 개 이어져 있으면 오늘 끊고 싶지 않아집니다. 숫자보다 훨씬 강한 동기가 됩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지난달과 이번 달 동그라미 개수만 비교하세요. 늘었으면 그대로 가고, 줄었으면 무엇이 방해했는지 한 줄 적어두면 됩니다. 그 한 줄이 다음 달 설계를 바꿉니다.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신체활동 공식 홈페이지
· 보건복지부 한국인을 위한 신체활동 지침서 공식 홈페이지
· 세계보건기구 신체활동 권고 공식 홈페이지
자주 묻는 질문
하루 1만 보는 근거가 있는 숫자인가요?
원래는 일본의 만보계 마케팅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다만 이후 연구에서 하루 7,000~8,000보 수준부터 사망률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어 목표로 삼기에 무리한 숫자는 아닙니다.
식전과 식후 중 언제 걷는 게 좋나요?
혈당 관리가 목적이라면 식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가 유리합니다.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시간대보다 총량이 중요합니다.
비 오는 날은 어떻게 하나요?
실내 대체 경로를 쓰거나, 집에서 제자리 걷기 20분으로 대체해도 습관 유지 측면에서는 충분합니다.
걷기만으로 근력이 유지되나요?
하체 지구력에는 도움이 되지만 근력 유지에는 부족합니다. 주 2회 정도 스쿼트나 계단 오르기 같은 저항 운동을 더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릎이 아픈데 걸어도 되나요?
통증이 걷는 중에 심해지거나 걷고 난 다음 날까지 남는다면 조정이 필요합니다. 평지 위주로 거리를 줄여보고 그래도 지속되면 진료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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