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충분히 마셨는데도 탈수 증상이 남는다면, 부족한 건 물이 아닙니다.
땀은 물이 아니라 소금물입니다. 땀으로 빠져나간 건 수분과 전해질인데 물만 채우면 몸속 농도는 오히려 더 묽어집니다. 갈증이 가시지 않는 느낌이 여기서 옵니다.
하루 2리터라는 숫자도 생각보다 근거가 얕습니다. 그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 알면, 언제 물이고 언제 이온음료인지도 같이 정리됩니다.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의 61%는 열탈진이었습니다
2026년 5월 15일~8월 7일 누적 3,089명. 단위: 명(괄호 안은 %).
1,898 (61.4%)
555 (18.0%)
335 (10.8%)
258 (8.4%)
자료: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2026년 신고 현황(8월 7일 기준) · 그래픽: 건강 습관 연구소
땀은 물이 아닙니다
여기서 첫 단추가 어긋납니다. 우리는 땀을 몸에서 나간 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물로 채우면 원상복구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땀은 그냥 물이 아닙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설명에 따르면 땀의 99%는 수분이고, 나머지에 나트륨, 칼륨, 염소, 질소 함유물, 젖산, 요소 등이 들어 있습니다. 땀이 짠 이유가 그것입니다. 비율로는 1%에 불과하지만, 하루에 땀을 2~3리터씩 흘리는 여름에는 이 1%가 결코 작은 양이 아닙니다.
문제는 나간 것은 물과 전해질인데, 넣는 것은 물뿐이라는 데 있습니다. 이 상태가 이어지면 몸속 전해질 농도는 계속 낮아집니다. 물을 마실수록 낮아집니다. 마셨는데도 개운하지 않은 이유, 화장실만 자주 가고 갈증은 그대로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물만 채우면 농도는 더 묽어집니다
혈액 속 나트륨 농도는 1리터당 140mmol 안팎으로 유지됩니다. 이 값이 135mmol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저나트륨혈증이라고 부릅니다. 서울아산병원 질환 정보에 따르면 원인 중에는 과도한 발한, 구토, 설사, 이뇨제 사용 등이 포함됩니다. 여름철에 흔한 조건들입니다.
다행히 대부분은 조용히 지나갑니다. 같은 자료는 125mmol 미만으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의미 있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바꿔 말하면,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시점의 증상은 두통, 메스꺼움, 구토에서 시작해 정신 상태 변화, 의식 장애, 경련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한참 내려간 뒤입니다
혈청 나트륨 농도, 단위: mmol/L.
140 안팎
135 미만
125 미만
자료: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저나트륨혈증」 · 그래픽: 건강 습관 연구소
하루 2리터라는 숫자는 어디서 왔나
이 대목에서 되짚어야 할 통설이 하나 있습니다. 하루 물 2리터입니다. 많은 분이 이 숫자를 목표치로 삼고 텀블러를 채웁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의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이 제시하는 것은 물이 아니라 총수분입니다. 총수분에는 음식으로 들어오는 수분이 모두 포함됩니다.
25세 남성을 예로 들면 하루 총수분 충분섭취량은 2.6리터입니다. 이 가운데 1.4리터는 음식에서, 1.2리터는 액체에서 채우는 것으로 잡혀 있습니다. 75세 여성은 총 1.8리터이고, 음식 0.8리터에 액체 1리터입니다. 국과 찌개, 과일, 채소를 챙겨 먹는 한국식 식단에서는 음식 몫이 특히 큽니다.
정리하면 대부분의 성인에게 순수한 물이나 음료로 필요한 양은 1리터 안팎입니다. 2리터를 물로만 채우는 것은 기준을 두 배 가까이 초과하는 셈입니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당연히 더 마셔야 하지만, 그때 필요한 것은 물의 양이 아니라 물과 함께 나간 것들입니다.
2리터는 물의 목표치가 아니라 음식까지 포함한 총량입니다
단위: 리터. 파란색이 물·음료로 마시는 몫입니다.
2.6
1.8
자료: 보건복지부·한국영양학회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 그래픽: 건강 습관 연구소
그러면 언제 물이고 언제 이온음료인가
여기서 반대쪽으로 넘어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온음료를 물 대신 마시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답이 아닙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이온음료를 1시간 이상 격렬한 운동을 했거나, 높은 온도에서 노동하는 등 땀을 많이 배출한 경우에 권합니다. 설사나 배탈로 수분과 전해질이 함께 빠져나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가벼운 운동이나 일상적인 활동 뒤에는 물이 맞습니다.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었다면, 그날 필요한 것은 이온음료가 아닙니다.
같은 자료는 일반적인 이온음료 한 캔에 나트륨 120mg이 들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스낵 과자 한 줌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땀을 흘리지 않은 날에 이것을 물처럼 마시면, 필요하지도 않은 나트륨과 당을 얹는 셈이 됩니다. 65세 이상이라면 물과 이온음료를 섞어 마시는 방법이 권장됩니다.
기준은 시간과 땀의 양입니다
마시는 종류보다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가 먼저입니다.
| 이런 하루였다면 | 이렇게 마십니다 |
|---|---|
| 실내에서 앉아 일했다 | 물. 목마르기 전에 조금씩, 자주. |
| 가볍게 걷거나 30분쯤 운동했다 | 물. 이온음료는 필요 없습니다. |
| 1시간 넘게 땀에 젖도록 운동했다 | 이온음료 또는 물과 번갈아. |
| 더운 실외에서 몇 시간 일했다 | 이온음료. 그늘에서 쉬는 시간을 함께. |
| 설사나 구토가 있었다 | 이온음료 또는 약국 경구수액. |
| 65세 이상이고 더위에 나갔다 | 물과 이온음료를 섞어서. |
자료: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건강정보 「이온음료, 탈수예방」 · 그래픽: 건강 습관 연구소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는 법
갈증은 생각보다 늦게 오는 신호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늦어집니다. 올여름 온열질환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60대가 562명으로 가장 많았고, 80세 이상도 412명이었습니다. 갈증을 느끼고 나서 마시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 나이대입니다. 그래서 갈증이 아니라 다른 것을 보라고 권합니다.
갈증 대신 이 세 가지를 봅니다
셋 중 둘 이상이 해당하면 수분과 전해질이 모자란 쪽입니다.
자료: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예방수칙,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를 정리 · 그래픽: 건강 습관 연구소
지금 바꿀 수 있는 것
정리는 간단합니다. 물의 총량을 늘리는 대신, 마시는 방식을 바꾸십시오.
첫째, 한 번에 몰아 마시지 않습니다. 500밀리리터를 단숨에 넘기면 몸은 그것을 잉여로 판단해 상당량을 그대로 내보냅니다. 그 과정에서 전해질도 같이 나갑니다. 한두 모금씩 자주가 흡수에 훨씬 유리합니다.
둘째, 땀을 많이 흘린 날에는 식사를 거르지 않습니다. 국물 한 그릇, 반찬 몇 가지가 웬만한 이온음료보다 나은 전해질 공급원입니다. 여름에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건너뛰고 물만 들이켜는 것이 가장 나쁜 조합입니다.
셋째, 커피와 술을 수분으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특히 술은 마신 양보다 더 많은 수분을 내보냅니다. 더운 밤의 맥주 한 캔은 갈증 해소가 아니라 갈증의 원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식이 흐릿하거나, 땀이 갑자기 멎었거나, 체온이 오르는데 피부가 건조하다면 열사병입니다. 이때는 물을 먹이는 것이 아니라 119입니다. 의식이 온전하지 않은 사람에게 억지로 물을 먹이면 기도로 넘어갑니다. 그늘로 옮기고, 옷을 느슨하게 하고, 몸을 식히면서 도움을 기다리는 것이 순서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심장·신장·간 질환이 있거나 이뇨제를 복용 중인 분은 수분과 염분 섭취를 임의로 조절하지 마시고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수분 보충은 총량보다 상황의 문제입니다. 땀을 많이 흘린 날과 그렇지 않은 날에 같은 방식으로 마시는 것이, 물을 적게 마시는 것보다 흔한 실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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